손이숙
손이숙 - 화양연화 展 2017.08.02
BCUT갤러리(02-431-9334)
2017-08-02 ~ 2017-09-05
손이숙 - 화양연화 展


1.전시기간 : 8.2 - 9.5

2.장소 : B. CUT 갤러리,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125-3

3.연락처 : 02. 431. 9334 / http://blog.naver.com/bcutgallery




첫 개인전 <마담 C>를 작업할 당시에 거울 속에 있는 모습을 촬영한 여자가 두 명 있었다. 그 작업은 무엇인가를 모방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연기하고 있는 인간의 존재론적인 모습에 주목한 것이었는데 거울에 찍힌 이미지는 어딘가 다른 데가 있었다. 마치 정물처럼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프레임 안에서 포획되어 있는 듯 보였고 틀 안에 갇힌 여자들이 주는 불편함은 내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언젠가 따로 작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후 몇 년이 흘러버렸다.

<거울 여자>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로 서 있는 배경으로 하나의 세상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거울 앞에서 보고 있는 풍경은 또 다른 세상이다. 눈 앞의 대상이나 풍경은 항상 일정한 거리가 있다. 우리는 보고 있는 것에 속할 수가 없다. 앞에 놓인 세상과 뒤에 배경으로 있는 세상은 시야에 의해 나누어진다. 그런데 거울을 매개로 그녀들은 자신들이 보고 있는 세상의 한 부분으로 등장한다. <거울 여자>는 거기에 있었던 그녀와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을 함께 기록하고 있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보느냐는 나를 이루는 것이 된다.

거울 속 여자들은 주로 상체만 거울에 노출된 채 어딘가 발을 딛지 못하고 마치 유령처럼 가볍게 떠있는 것 같다. 인물들이 낯설게 보이는 이유는 친숙한 공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있고, 또 실제가 아니라 거울을 통해 보여지는 허상이라는 데서 생겨난다. 그런데 이 낯섦은 결국 거울 속 인물이 이미지로 보여지기 이전에 그 앞에 서 있던 존재라는 것에서 온다. 우리는 거울 속의 이미지를 보고 있을 뿐이지만 그 앞에 그녀가 있었다는 동시적이면서 이중적인 사실에서 유령같이 부유하는 긴장감을 발견한다. 말하자면 보고 있는 풍경에는 없었던 사람을 마치 있는 것 같이 보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한 편의 연극이 상연되는 것처럼 각자 주인공이 되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세상은 마치 연극 무대와 같다. <거울 여자>의 인물들은 거울이라는 매개를 통해 내가 위치하는 곳에서 나와서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세상의 무대 위에 등장한다. 평행하는 두 세계를 경계 없이 하나의 풍경으로 보여주는 것은 우리는 한 면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모든 방향에서 보여지고 있음을 생각해 보는 일이 될 것이다. - 손이숙

[출처] 2017년 8월 전시작가 - 손이숙|작성자 B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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